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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물고기는 비늘로 나무를 오른다

by ujz 2025. 7. 28.

사람은 각자 타고난 기질이 있다. 누구는 원숭이로, 누구는 물고기로 태어난다.

원숭이는 나무를 타는 일을 업으로 하면 큰 저항없이 오르내릴 수 있고,

물고기는 물에서 헤엄치는 일을 하면 생긴대로 살 수 있다.

문제는 내가 물고기인지 원숭이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나무를 타야하는 일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물고기는 옆을 보면서 서로 올라간 나무 높이를 보고 서둘러 나무를 탄다.

나무 몸통을 움켜쥐어야 하는데 손가락이 없다.

그래서 자기가 가진 비늘과 지느러미, 그리고 유연한 유선형 몸통의 반동을 이용해 나무를 올라간다.

비늘을 나무 몸통의 껍질에 끼워 고정시키면서 비늘이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물고기는 그렇게 나무를 올랐다. 모두가 말하는 나무의 끝자락에 도달하기 위해서.

 

 

 

오르고 오르다 첫번째로 발견한 가지에서 물고기는 휴식을 취하는 다른 물고기를 발견했다.

물고기에게 물었다. "이 나무 끝에는 뭐가 있어?"

"우리를 이 고통에서 자유롭게 해 줄 아주 큰 어항이 있어. 거기서는 하늘의 비를 받아 관리하기 때문에 평생 마를 걱정 없이 살 수 있지."

물고기는 그 믿음 하나로 나무를 계속 올랐다.

점점 나무를 오를수록 주변의 물고기의 수는 줄어 들었다.

다른 물고기와 달리 그 고통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올라온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점점 올라갈수록 가지 끝에 말라버린 다른 물고기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물고기는 더 이상 나무를 움켜쥘 비늘이 남아있지 않아 가지에서 쉬기로 한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꽤 높이 올라왔다.

나무 아래엔 크지 않지만 윤슬이 반짝이는 작은 연못이 있었다.

물고기는 그 순간 깨달았다. 자기가 있을 곳이 저 곳이라고.

 

물고기는 나무 가지에서 연못을 향해 뛰어내렸다. 

큰 물보라를 치며 몸통이 연못 수면을 강하게 때렸다.

그 동안 뜯겨나간 비늘과 지느러미가 물에 닿으면서 따끔거렸다.

더이상 헤엄칠 지느러미가 남아있지 않았지만 몸통을 꿈틀거리며 물고기는 앞을 향해 나아갔다.

순리대로 사는 물고기는 부족해도 부족한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