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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2025년 서울 마라톤: 민트 운동화를 찾아서

by ujz 2025. 3. 16.

마라톤 일기 시리즈
👉 2019년 JTBC 마라톤: 뭐든 처음이 힘들다
👉 2022년 JTBC 마라톤: 내가 도시에 사는 이유
👉 2025년 서울 마라톤: 민트 운동화를 찾아서(현재)


 
벌써 3번째 마라톤, 3년만에 마라톤을 뛰었다.
매번 마라톤을 뛸 때마다 힘든데도 그 속에서 늘 얻어가는게 있다.
 
사실 요즘 자신감이 많이 하락했다.
살도 많이 찌고, 일도 실력 없는 것 같고,
미국 가고 싶다고 노래 부르지만 영어도, 일도 잘 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포기를 선언했다.
 
근데 제대로 준비도 하지 못한 마라톤에서 이런 나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내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같이 참여한 친구를 멀리 떠나보내면서 나만의 새로운 마라톤 동료를 찾으면서 발견한 일이다.
바로 민트색 운동화이다!
 
이번 마라톤의 목표는 절대 걷지 않고 완주하기였다.
평소에 러닝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해서 1시간 안에 들어오는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천천히 뛰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걷지 않겠다.'
 
마라톤을 뛰다보면 형형색색의 운동화를 많이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민트색 운동화가 내 눈에 들어왔다.
민트색 운동화가 흔하진 않지만 의외로 계속 보인다.
그래서 내 목표를 완주점으로 삼지 않고 저 민트색 운동화만 쫓아가겠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한 민트색 운동화를 놓치면 그 다음 보이는 민트색 운동화를 목표로 삼았다.
운동화가 안보이면 민트색 모자를,
모자가 안보이면 민트색 바람막이를 선택했다.
민트색도 안보이면 특이한 파란색, 녹색 등을 골랐다.
 
그러면서 깨달은 게 있다.
너무 큰 목표를 타겟으로 하면 일상에서 내가 짓눌리는 느낌을 받기 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만의 discipline(절대 걷지 않겠다)을 명심하고 바로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목표를 쫓으면 계속 달릴 수 있다.
어떨 땐 내가 목표로 삼던 민트색 운동화보다 내가 앞서간다.
목표였던 민트색 운동화를 앞지르는 그 순간이 언젠가는 왔다.
어느 순간 내 주변은 민트색 운동화로 가득찼다.
 
그러면서 미국행에 대한 내 거대한 선택에 느꼈던 압박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 곳에의 두려움, 알 수 없는 실패할 것 같은 기분들은 현재의 나에겐 짓눌리는 느낌만 준다.
하지만 내가 거기서 무엇을 할 지 나만의 discipline을 세우면, 문제가 생겨도 하나, 하나씩 나는 헤쳐갈 수 있다는 믿음을 얻게 되었다.
사실 이 믿음이 강렬하지 않다.
그냥 비유적으로 이 또한 그럴 것이라는 느낌, 감각이다.
 
결과적으로 기록은 내 예상대로 1시간 근처에도 못왔다.
처음 뛴다던 친구보다도 기록이 안나왔다.
그렇지만 뭔가 속이 후련해진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면서 절대 이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서 오늘도 기록으로 남긴다.
 

3년마다 뛴 마라톤 메달들

 

2025년 서울 마라톤 기록, 7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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